[영화리뷰] 반복되는 역사, 지쳐가는 사람들에 대한 위로

[유유자적 리스트]



사람은 열명 남짓.
시작한지 얼마되지도 않았는데 조금 옆에 떨어진 좌석의 아주머니는 연신 눈가에 맺힌 촉촉한 기운을 닦아내고 있다. '예전 기억이 떠오르셨구나'하는 지극히 자족적인 판단으로 나의 기억과 영화사이에 심리적인 거리를 좁혀본다. 원작과는 달리 짧은 호흡으로 시간과 기억이 교차하는 영화는 관객들을 친절히 대해주질 않지만 그런 퉁명스러움에도 마냥 밉지만은 않은 진한 감정을 흘려보내고 있었다.

잠시 과거로 돌아가,
막 20대에 들어섰던 시절에 난 사람들앞에서 '사랑의 절대적인 우선순위' 를 설파하는데 여념이 없었다. 언제나 사랑의 가치에 손을 들어주겠다던 나의 말들과 반대로 머리속에서는 그것이 나에게는 해당이 되지 않는다는 - 젊은 시절의 현우처럼, 그것이 사치라고까지는 아니지만 생각을 하고 있었다.  

수많은 나의 잘못과 이유들이 있었겠지만 그 시절 나의 결론이 항상 '떠나보내는 것'이 되었던 것은 어딘가에 마냥 미안하기만 한 죄책감같은 것이 자리잡고 있어서였을까. 현우의 친구들처럼 죄책감을 장농속에 쳐박어두었다가 잠시 술기운이나 오랜만이라는 핑계를 대며 꺼내 부르짖는 현실은 - 실제로도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는 정말 냉혹하고 비참하기까지 하다.

반복되는 역사, 지쳐가는 사람들.
결국 과거는 우리에게 무엇을 말해주고 싶은 걸까.
이제 너는 너의 행복을 찾아가라고 위안을 주고 싶은 것만은 아닐텐데.
언제쯤 그 의중을 알 수 있으려나..

엔딩과 함께 아련하게 울려퍼지는 '사노라면'의 노래소리는 바삐 나가려던 관객들의 발걸음을 엄추고 다시 엔딩크레딧을 바라보게 만들었다. 아마 이 순간적인 동질감속에 해답의 한 조각이 있으리라.
...

현실과의 억센 줄다리기와 '고민반걱정반'으로 시작하는 새해.
'오래된 정원'은 그 첫 영화로 손색이 없다.

# 여전히 임상수감독에게 그리 친밀감을 느끼진 못하겠지만 사건과 사람들을 통찰하는 그의 눈은 정말이지 부러울 뿐이다. 오히려 당시 한걸음 떨어져있었다는 감독이기에 여러 시각이 존재할 수 있었고 냉혹한 현실이 잘 반영된 것 같다.

## 원작과의 가장 큰 차이라면 영화에서의 '윤희'는 펄펄 날아다닌다는 거다. 염정아의 힘과 역방향의 관점은 윤희를 그리움의 대상에서 죽은 후에도 현실에 영향을 미치는 살아있는 캐릭터로 바꾸어 놓았다. 남성인 내 관점에서 본다면 윤희는 '여신'같은 존재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제목 : 오래된 정원 (2007)
감독 : 임상수
출연 : 염정아, 지진희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센스
Creative Commons License
이올린에 북마크하기(0) 이올린에 추천하기(0)

"유유자적 리스트"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07/01/05 12:30 2007/01/05 12:30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driftings.net/blog/trackback/2

::: 사람과 사람의 교감! 人터넷의 첫 시작! 댓글을 달아주세요! :::

  1. 드리프팅 [2008/02/29 12:3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래된 정원' 소설 제목을 너무 잘 지었다